[독자 마당] 안타까운 총기사고
여자아이들은 인형 장난감을 좋아하고 남자아이들은 장난감 총을 주로 가지고 논다.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해 싸구려 호스텔에 묵었을 때다. 이 집에는 어린 남자아이가 하나 있었다. 부모들이 일하기 때문에 아이는 권총을 가지고 혼자 놀았다. 벽에 걸린 물건을 향해 입으로 탕탕 소리를 내며 총을 쏘는 놀이를 했다. 호스텔에 숙박하고 있던 백인 중년 남자가 위층에서 내려와서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아이가 남자를 향해 탕탕 소리를 내며 총을 쏘았다. 이 남자는 쓰러지는 흉내를 내는 대신에 아이를 야단쳤다.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부엌에 있던 아이 엄마가 쏜살 같이 나와 아이를 보듬고는 남자를 나무랐다. 아이가 그저 노는 것이고 빈 총을 쏘았는데 왜 야단을 치냐며 대들었다. 나는 그때 아이 엄마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지금 미국은 영화촬영 현장에서 탄환이 없다고 생각한 총에 사람이 죽은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배우들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 자기가 해야 할 연기를 미리 연습해 본다고 한다. 이 배우는 총 쏘는 연기를 해야 하기에 빈 총을 건네 받고 총 쏘는 연습을 했다. 그런데 하필 사람을 보고 쏜 총에서 총알이 나가 여성 촬영 기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다른 남성은 총에 맞아 병원으로 이송됐다. 촬영 현장에는 실탄과 공포탄을 동시에 사용한다고 한다. 누군가 공포탄 대신에 실탄을 잘못 넣었을 수도 있다. 또한 고의로 누군가가 실탄을 넣었을지도 모른다. 현재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오래 전에 보았던 하노이 남자아이의 장난감 권총놀이를 떠올렸다. 그리고 생각해 본다. 그때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야단친 중년 남자를 나무랐는데, 그보다는 빈 총이라도 사람을 향해 쏜 아이를 야단쳤어야 했다. 서효원 / LA독자 마당 총기사 하노이 남자아이 장난감 권총놀이 실탄과 공포탄